패션 및 뷰티 업계 트렌드로 '젠더리스'가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젠더리스(genderless) = 젠더가 없는,
젠더프리(gender free) = 젠더로부터 자유로운,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 = 성 중립적인, 중성적인
이런 키워드.
이것들은 정말 젠더에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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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젠더프리 스타일은 흔히
여성이 여성적으로 입지 않는 것, 남성이 남성적으로 입지 않는 것.
남성적인 스타일의 여성, 여성적인 스타일의 남성.
수트를 입은 무표정의 여자, 화장하고 실크 로브를 입은 남자.
여성적인 스타일과 남성적인 스타일이 섞여있는 차림.
성별을 알 수 없는 스타일 ... 로 표현된다.
이것을 전통적인 성 역할에 갇히지 않는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알고보면 인식은 거기 갇혀있다.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이 정해져 있고,
성별을 알 수 있는 스타일이 존재해야만
젠더프리 스타일이 성립된다.
즉, 젠더프리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규정을 인정한다.
마찬가지로 젠더뉴트럴,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스타일.
중성적이라는 말에서 중간에 있다는 것은 중간이 아닌 것도 있다는 말이다.
여성적인 스타일, 남성적인 스타일에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는 중성적인 스타일이라는 카테고리가 신설된 것 뿐,
전통적 성 역할에는 전혀 흠집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반대 성별의 스타일이라도 자유롭게 선택한다-라는 '힙한' 메시지로
여성성이 여성의 억압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가리고
여성성과 남성성을 동등하게 보는 이퀄리즘적 인식이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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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프리 캐스팅이란, 남성 역할을 여성이 맡거나 여성 역할을 남성이 맡는 것.
배우가 캐릭터의 성별에 맞아야 한다는 캐스팅 제약을 없앤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역할 자체의 성고정관념은 그대로다.
여자 배우가 하든, 남자 배우가 하든
그 캐릭터는 그 캐릭터의 성별에 맞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담고 있다.
여성의 남성성 수행,
남성의 여성성 수행으로 이어지는 젠더프리.
성별과 외모, 성격, 행동과의 연결고리는 절대 끊지 않고
젠더를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특성, 행동 정도의 영역으로 축소시켜 버린다.
한발자국 나아가면 트랜스젠더이다.
사실 '젠더리스'라는 용어는 젠더가 없는 트랜스젠더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 아니 진짜로 이 개념이 있다.
트젠에는 남자인데 젠더가 여자거나 여자인데 젠더가 남자라고 딱 구분짓는 바이너리가 있고
그 외에 여자도 남자도 아니거나(실제로는 여성성이나 남성성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것)
남자여자 왔다갔다하는 논바이너리가 있고
논바이너리에서 젠더가 없는 젠더 = 에이젠더, 젠더 자체가 아예 없음 = 젠더리스
젠더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흐르듯이 바뀌는 사람=젠더플루이드
뭔 소리냐면 그냥 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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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여자도 하고 남자도 해."
"치마? 여자도 입고 남자도 입어."
이렇게 되면 여성성은 여성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사회에서 여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즉 여성의 특성으로 정의되어오며
여성에게 기본값으로 강요되고 학습된다는 사실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결국 많은 여자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동등한(?) 선택지' 중에
마음 편한, 그러니까 아마 '나에게 맞고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선택했다고 착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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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리스는
여성성, 남성성 구분의 의미를 파악하고
성차별 그 자체이자 여성억압의 도구인
여성성을 탈피하는 '탈코르셋(디폴트 운동)'과 다르다.
아예 세계관을 반전시켜서 조신하고 아름다운 '남자다움', 강하고 능력있는 '여자다움'을 보여주거나
코르셋을 벗은 여성, 코르셋을 씌운 남성 이미지를 보여주는 '미러링'과도 다르다.
미러링은 여성성/남성성이 성별과는 관계 없는 허상이라는 깨달음,
현실에서 여성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에 대한 충격을 준다.
젠더리스는 성차별적 여성성, 남성성 개념을 지속시키며
중간에 끼어들어서 혁신적인 척, 평등한 척하는 패션 나부랭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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